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교육을 다녀오면 교육평가 회의를 합니다. 그런데 항상 나오는 주제가 ‘교육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 도전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이 날 교육평가를 한 뒤 위의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저희 센터 활동가들 중에서도 처음에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교정하거나 고쳐야 한다는 의견들이 종종 나왔는데요. 다년간의 교육 경험(!!!)을 축적한 활동가들은 오늘은 다른 결론을 내렸답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 박경인 : 피플퍼스트는 자율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막는 건) 억압하는 것 같다. 김대범 : 우리는 힘들어도 티내지 않고 열심히 한다. 경인이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데 OO씨, OO씨도 평생교육센터에서 배우는 사람의 입장이니까 ‘힘들어도 같이 합시다’라고 권유해야 한다. 하기 싫어하면 우리도 맥이 끊어진다. 같이 하자고 꼬드겨서 도와주어야 한다. 박경인 : 그런데 누군가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면 모든 분위기가 다 깨지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이현주(조력자) : OO씨는 수업에 참여 여부가 아니라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거 찾아서 보고 선생님이랑 같이 가고. 그런데 선생님이 문 앞에 계신건 OO이 공간에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다. 만약 참여하다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당연히 다른 공간에 가서 쉼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OO씨가 오늘 감정 스티커에 유일하게 붙였던 것이 ‘건들지 마’였다. 그래서 경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을 위한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자료를 사람마다 다양하게 준비해서 세 개가 있었다. 그래서 OO씨가 왔다갔다 하더라도 무언가를 한 번 붙이는 것도 참여하는 것 아닐까? 박경인 : 우리 중 한 명이 그 사람이 지원해서 수업에 관심을 끌게 해서 수업을 진행하면 어떨까 (중간에 참여자들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옴) 박경인 : 우리가 근데 이 회의를 참여자를 평가하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참여자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공유하는 것은 참여자 평가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이 행동들을 어떻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할 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목적임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함.) 소형민 : 쉬는시간을 가지면 우리에게 더 다가올 거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쉬는 시간을 가지고 나면 더 집중해야지 하는 생각을 참여자들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범 : 우리는 월급을 받으면서 이 일을 하니까 잘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중증의 당사자를 만나면 힘들다. 발달장애인들끼리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박경인 : 피플퍼스트 대회랑 투쟁 나갈 때 잘하기면 하면 된다. 김수원(조력자) : 사람들이 잘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색칠하기 할 때도 자기 이름만 쓰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았는데 춤추기 하면서 박수로 손 마주하고 그 분이 가슴을 치거나 배를 두들기거나 손을 흔드는 버릇이 있어서 같이 동작으로 했는데 나중에 같이 따라했다. 뭔가 마음이 통하는구나 느끼고 그 사람도 우리가 하는 행동을 따라했다. 되게 재미 있었다.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쉬운 동작을 해보고 하니까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 김혜미(조력자) : 우리가 예전에 ‘차별의 말 찢기’를 만들어낸 건 어떤 분이 계속 종이를 찢어서 어떻게 하면 같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할까를 고민하다가였다. 그리고 그 분이 이 활동이 다들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우리도 누군가 도전적 행동을 할 때 그 사람을 고치거나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그 행동을 어떻게 프로그램에 녹여낼지 고민을 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아마 다같이 활동할 수 있는 교육이 될 거 같다.
2022.04.29드디어 내일!!!! 내일부터 3일동안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에서 20번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진행됩니다~~ 이번에도 우리 피플퍼스트서울센터가 함께 준비하였어요.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영화설명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전에 궁금한 것, 영화를 보다 어려운 것, 보고나서 이해가 안되는 것 모두 누!구!나! 와서 물어볼 수 있어요! 또, 영화소개로 만들어진 포토존도 아주아주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와서 구경하세요~ (그리고 이번 부스에서는 피플성북, 광진 센터 활동과 들과 함께 부스를 운영합니다. 다른 피플센터가 궁금하신 분들은 부스에 와서 이야기 들어보세요.)
2022.04.282022년 4월 28일 2시 30분, ‘탁트인 영등포 의사소통권리축제’가 진행됩니다! ○ 무장애 환경을 만들기 위한 10개의 기관이 함께 모여, 누구나 의사소통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축제를 기획하였습니다. 1) ‘VR 온라인 박람회’ 의사소통 관련 정보를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 정보를 나누고! 인권 영화도 보고! 선물도 받을 수 있습니다. (4월 28일 14시 오픈 https://3d.cobenef.com/ydp_communication/#autoplay&flipmouse) 2) ‘의사소통권리 포럼’ 의사소통 전문가와 지역주민이 소통의 권리와 사례를 나눕니다. 의사소통과 관련해 관심이 있는 누구나 유튜브로 참여 가능합니다. (링크:https://youtu.be/tEZntGzqdW0) -공동주관: 해오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영등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영등포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꿈더하기지원센터,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 소소한소통,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 - 주최 및 주관 :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
2022.04.28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4월은 무척 바쁘게 지나가고 있는데요. 참정권, 탈시설, 420, 의사소통, 장애인인권영화제 등 우리의 권리를 찾는 활동을 열심히 기획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있고요. 동시에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영등포평생교육센터에서 당사자들과 만나 권리에 대해 알아가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교육을 준비하고 평가하며 평생교육센터 당사자들과 의미있는 만남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신 없이 바쁘고, 힘들지만. 코로나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지난 해에 비해,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더 많은 당사자들과 조력자들이 센터에 와서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현장에서 만나요!! 피플/퍼스트!!
2022.06.10이 세상은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에 울려 퍼진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이 사진들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언론 '비마이너'의 기자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기사 “발달장애인의 권리, 발달장애인에게 직접 들어라” https://bit.ly/38jc7VU 네 번째 카드뉴스 페이지의 사진은 김하은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활동가가 찍은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
2022.04.25여러분 안녕하세요. 내일이 드디어!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입니다! 날짜: 4월 20일 시간: 오후 1시 장소: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 내일 1시에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가 진행 됩니다. 통신사 사기 피해, 참정권, 탈시설, 장애인권리예산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서울지역 발달장애인 동료들이 많이 참여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오셔서 우리의 목소리에 힘을 모아 주세요!!
2022.04.19삭발하는 우리의 부모님들께 우리 부모님들의 삭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을 길거리 삭발로 내몬 믿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슬프고, 미안합니다. 우리 가족은, 발달장애인의 부모이고 형제자매라는 이유로 희생과 배려로 살아왔습니다. 사회가 우리 발달장애인들에게 설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만큼, 우리 가족들은 우리에게 디딜 곳을 내어줬습니다. 태어나면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들이 있습니다. 교육받을 권리, 건강할 권리, 괴롭힘과 따돌림 당하지 않을 권리, 일 할 권리, 행복하게 살 권리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러나 이 모든 권리가 우리 발달장애인은 비켜갔습니다. 이 권리를 쥐어 주기 위해 싸워온 것은 바로 우리의 부모님입니다. 우리 부모들이 이 당연한 권리를 우리 자녀들의 손에 쥐여주기 위해 걷고, 무릎 꿇고, 외치고, 삭발해왔습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부모로부터 나왔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리 부모들은 여전히 우리를 보살피기 위해 애씁니다. 다른 비장애인의 부모들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여전히 성인인 우리의 뒤를 걷습니다. 뒤에서 걷던 우리 부모님이, 삭발로서 권리를 찾기 위해 또다시 앞에 나섰습니다. 우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것만큼 원하는 것은 우리의 부모가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깊은 슬픔을 느끼며, 바라건데. 오늘의 삭발은 우리의 부모가 부모님들의 자유를 위하여 내딛는 새로운 첫 발자국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삭발에 함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떨어진 머리카락의 무게를 기억하겠습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웅크리고, 우리 부모들의 해방과 우리의 해방을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고 외치겠습니다. 2022년 4월 19일 피플퍼스트활동가들이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22.04.192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일시 : 2022년 4월 29일(금) ~ 5월 1일(일) 장소 : 마로니에공원 주최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주관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20회 특별 후원 소셜펀치 : https://www.socialfunch.org/20thsdrff 후원 리워드 : https://bit.ly/20회영화제굿즈 실내 상영 신청 신청 링크 : https://bit.ly/20회실내상영신청 "함께 살기 위한 맞울림, 다음 질문을 해주세요" 장애인운동의 치열함과 장애인의 다양한 삶을 미디어로 드러내왔던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20회를 맞이하며, 당신의 다음 질문을 기다립니다. 이 사회에서 살고 있으나, 살고 있지 않은 존재가 있었습니다. 눈부시게 빠른 경제 성장으로 세워진 사회에 장애인은 지속적으로 지워졌습니다. 빠른 경제 성장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사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은 학교, 일터, 버스, 지하철, 사회 곳곳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도 시민이다”라는 하나의 문장에 풀어내야할 숙제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불쌍한 장애인’이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질문을 해왔습니다. 이젠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를 넘어,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질문하고자 합니다.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사회에 대한, 우리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려합니다. 차별의 이유가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경사로가 없어서”, “어렵게 이야기해서”, “수어 통역이 지원되지 않아서”,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서”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가 만든 차별의 구조를 찾아내고, 서로가 놓쳐온 ‘질문’을 찾으며, 사회를 향한 ‘다음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함께 살기 위해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함께 살기 위한 맞울림, “다음 질문을 해주세요” [이지미 속 텍스트] 4.29 (금) 마로니에 야외무대 13:00 * 기획작 우리는 노동자다 14:00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Disability Pride 행진(마로니에 일대) 15:00 * 초청작 니얼굴(87분)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 18:30 개막식 행사 * 20회를 잇다 4.30 (토) 마로니에 야외무대 11:00 연속 상영 * 느린걸음 / 이사 / 관객과의 대화 14:00 연속 상영 * 밤이 깊었습니다 / 삶이 회복이다 * 관객과의 대화 16:30 연속 상영 * 희한하네 / 길 위의 세상 / 육지의 섬 /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다 * 관객과의 대화 19:00 * 부대행사_스무 번의 질문 | 장애해방열사 정태수, 최옥란의 20년 4.30 (토) 종로구 동숭길 25 유리빌딩 4층 11:00 부대행사 [ 기록은 계속 된다 ] #장애인운동 #액티비즘 #박종필 13:00 연속 상영 * 희망의 기록 / 관객과의 대화 15:00 연대작* 평등길 1110 * 관객과의 대화 16:40* 기획작* 태수 5.1 (일) 마로니에야외무대 10:30* 연대작* 우시쿠* 관객과의 대화 13:30* 부대행사 [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나와 당신의 다음 세상을 향한 맞울림 16:00 폐막식 행사* 폐막작 ‘이사’
2022.04.18시작했다! 박경석대표와 이준석대표와의 토론. 고장쌤, 맘껏,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오세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이곳에서 응원을 보냅니다! #박경석 #혐오아웃 #권리예산 #투쟁
2022.04.13오늘 석영이 탈시설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했습니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탈시설 해서 못 살면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지쳐도, 시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국회 복지위에서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공청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공청회에는 탈시설 당사자나 탈시설 당사자의 가족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없기에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오늘 발언자인 탈시설 당사자이자 피플퍼스트(발달장애당사자 자조모임) 서울센터 동료지원가 문석영 님의 발언 일부입니다. 저 역시 탈시설 발달장애인의 가족이자 동거인으로서 발언했습니다. 문석영 님의 발언, 그리고 저의 발언을 공유합니다. --- 문석영 피플퍼스트 동료지원가 발언문입니다. 저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 문석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전라도 나주에서 태어난지 4개월만에 암사재활원에 1992년 11월 7일에 맡겨져서 2017년 5월에 탈시설했습니다. 저는 시설에 맡겨졌다는 것이 굉장히 큰 상처였습니다. 20살 때 엄마를 만나서 들어보니, 부모님이 아파서 저를 시설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형제들 중에 저만 시설에 보내졌습니다. 저의 비장애인 누나와 동생은 고아원 같은 시설에 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왜 나는 가족들이랑 살지 못하는지 궁금했고 너무 슬펐습니다. 저는 장애인이어서 시설에 맡겨진 것이었습니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설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단체생활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혼나는 것이 솔직히 억울했습니다. 옛날에는 옷을 섞어 입는 경우도 많아서 어떤 것이 내 옷인지 몰라서 속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소리 지르면서 반항도 했지만 선생님이 듣지도 않고, 때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시설에서 나온 이유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사는 것이 부러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설을 나오는게 낯설기도 했습니다.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와서 어떤 삶을 살게 될 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제가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시설에서 같이 살았던 어린 동생이 탈시설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시설을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싶었습니다. 탈시설 하겠다고 말했을 때, 처음에는 부모님이 반대했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잘못될까 봐서요. 걱정 안 끼치고 잘 살겠다고 계속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제가 스무살에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가 시설에 보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서 마음이 많이 풀렸지만, 한편으로는 부모님은 저를 키워주지 않았는데, 왜 탈시설할 때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한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탈시설을 이야기 하면서 시설을 닫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설을 닫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더이상 시설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시설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미래의 아기 장애인들이 시설에 가지 않고 가족이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살고 있던 시설에 다녀왔습니다. 그 곳의 선생님이 물어보셨어요. 어떻게 하면 휠체어 탄 사람, 의사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탈시설 할 수 있냐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누구나 다 시설에서 나와서 살 수 있습니다. 충분한 활동지원, 일자리, 집, 마음을 나눌 동료들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탈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발달장애인들은 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우리가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세요.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탈시설 해서 못 살면 어떻게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도 다 잘 사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지역에서 살아갈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시설에서 나와 사는 것이 힘들고 지쳐도, 시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의당 장혜영 의원입니다. 지금 국회에는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라는 역사적인 두 개의 법안이 심의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 두 가지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립니다. 이번 공청회를 비롯해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 사회에 살아가는 모든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 정책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지가 결정됩니다. 저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이고, 탈시설지원법을 공동발의한 의원이며, 탈시설 발달장애인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저와 성별도 같고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저의 동생은 오직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13살 무렵 시설로 보내져 서른이 될 때까지 그곳에 살았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돌봄이 오롯이 그 가족의 몫인 이 사회에서 크나큰 돌봄의 무게에 짓눌린 저희 부모님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동생을 시설로 보냈습니다. 동생을 시설에 보내기 전까지 저희 어머니와 저는 동생의 그림자처럼 살았습니다. 동생이 시설에 보내진 후에도 언젠가는 부모님 대신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으로부터 저는 한시도 벗어나본 적이 없습니다. 동생은 그 곳에서 많은 인권침해를 겪고 문제아로 낙인찍히고 수많은 약물을 섭취하고 나중에는 퇴소를 종용받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최중증 장애인은 시설에서 환영받지 않는 존재입니다. 우리 사회가 나서서 장애인의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않는 한, 그 가족인 저에게도 인간답고 자유로운 삶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설장애인의 가족이었던 제가 동생의 탈시설을 돕고 탈시설을 법제화 하기 위해 정치에까지 뛰어든 이유입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돌봄은 여전히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의 몫으로 전가되어 있습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사망소식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곁에 여전히 국가가 없음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국가가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책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몇몇 차별적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 전체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탈시설은 국가의 소중한 예산을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일에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일에 쓰게 만드는 정책입니다. 탈시설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시설을 두고 서로 대립할 이유가 없도록 처음부터 정부가 지역사회에서 모든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탈시설은 시설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시설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입니다. 발달장애인으로서 제 동생이 겪어온 모든 고통과 저와 저희 가족이 장애인의 가족으로서 겪어온 모든 고통이 다시는 그 누구의 삶에서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료 의원님 여러분께 간절히 말씀드립니다.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함께 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는 일에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장애를 가진 시민들과 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굴레를 우리가 끊어낼 수 있습니다.
2022.04.07